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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때, 주이데마 선생님이 칠판에 쓰는 글씨는 늘 흐릿하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연필심을 부러뜨린 뒤, 깎으러 가는 척하고 천천히 칠판 옆을 지나가며 내용을 읽곤 했습니다. 어느 날은 오빠의 쌍안경을 책상 서랍에 몰래 숨겨 두고, 아무도 없을 때 슬쩍 들여다보려 했지만 결국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처음 안경을 쓰던 날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나무는 더 이상 초록 덩어리가 아니라 또렷한 잎사귀로 보였습니다. 풀에도 결이 있었고, 전에는 두렵기만 하던 테더볼(Tetherball)도 더 이상 겁나지 않았습니다. 마치 세상이 새롭게 열리는 듯했고, 그 순간 제 세계관이 바뀌었습니다.

이 글은 ‘눈’에 관한 연재의 마지막 글입니다. 「다시 들어올린 시선(Lifted Eyes)」에서는 우리의 시선을 들어 예수님을 바라보라고 권했고, 「시선이 머무는 곳(Fixed Eyes)」에서는 그 시선을 굳게 고정해 긴 여정을 견디라고 했습니다.

이제는 그 고정된 시선이 예수님께 변화받아(고침받아) 모든 것이 선명해질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사울이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났을 때, 그의 시선은 완전히 새로워졌습니다(행 26:18). 바울은 “우리가 이제부터는 어떤 사람도 육신을 따라 알지 아니하노라”(고후 5:16)고 말하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 세상이 나를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고 내가 또한 세상을 대하여 그러하니라”(갈 6:14)고 고백합니다. 예수님은 그가 현실을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으셨습니다.

우리는 기독교 세계관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그 세계관 속에서 그리스도를 향한 우리의 시선은 여전히 선명할까요? 구조나 제도를 이야기하다 보면, 우리가 그분을 위해 하려는 수많은 일들 속에서 정작 예수님의 모습이 흐릿해질 때가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큰 그림을 봐야 합니다. 그러나 변화된 시선은 동시에 아주 사소한 일상에도 스며듭니다. 우리가 인터넷 검색을 하고, 소비하고, 염려하고, 시간을 흘려보내는 그 순간들 속에 말입니다. 어쩌면 과거 CRC 신앙 선배들은 복음을 삶의 구석구석까지 더 구체적으로 밀어 넣으며 살았던 것은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현재 저는 <배너>지 편집장이었던 H. J. 카이퍼(1929–1956)의 전기를 읽고 있습니다. 그는 완전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죄, 구원, 그리고 섬김”이라는 복음의 무게가 우리의 일상 속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했던 인물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그는 가정이 매일의 말씀과 기도, 교육이라는 ‘제단’을 중심으로 세워지고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여가가 우리의 마음을 그리스도께로 이끄는지, 아니면 오히려 멀어지게 하는지, 재정은 그리스도의 사역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지도 점검했습니다. 또한 설교와 예배가 그리스도의 구원 사역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는지도 살펴보았습니다.

안식일과 학교, 봉사에 이르기까지 그는 삶의 모든 부분이 예수님을 향한 헌신을 드러내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물었습니다. 그의 결론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보여 준 진지함만큼은 놓쳐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삶 가운데 예수님의 주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영역은 없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결국 맛을 잃은 소금과 같아질 것입니다

이 전기를 읽는 동안, 한 찬양이 계속 마음에 맴돌았습니다. “우리에게 한 가지 순전하고 거룩한 열정, 한 가지 갈망, 한 가지 목표를 주소서… 주님을 알고 끝까지 따르게 하소서.”

이러한 비전과 열정은 <배너>지에 어떻게 투영되어야 할까요? 우리는 모든 지면에서 변화된 관점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번 호가 다루는 주제는 물질과 성이라는 문화적 우상입니다. '예수님이 전부라면 왜 과도한 것을 붙들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성은 그 자체로 더 깊은 이야기인 예수님을 가리키는 표지이자 우리 관계의 기준임을 역설합니다.

<배너>지의 모든 페이지에 예수님으로 인해 변화된 시선이 담기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교단 또한 거대 담론에만 머물지 않고, 일상의 거룩함까지 아우르는 세계관을 품어야 합니다. 변화된 삶과 가정이 먼저 든든히 세워질 때, 사회와 구조의 변화도 비로소 자연스럽게 뒤따르기 마련입니다.

어쩌면 교단의 변화는 전략보다 시선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5개년 계획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를 새로운 노래로 이끄시는 구주께 시선을 들어 고정하고, 그분 안에서 새로워지는 것입니다. 우리로 하여금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노래하게 하시는 그분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낮이나 밤이나 우리의 삶, 거룩함에서 멀어지지 않게 하소서
걸음마다 주와 동행하며, 온전한 교제 속에 살게 하소서

-내 삶을 채우소서 (Fill Thou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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