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이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에게 정체성은 직업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벨린다는 늘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자신이 계속 은행원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은퇴를 하면 그녀의 정체성은 어떻게 될까요? 어떤 이들에게 정체성은 관계, 특히 자녀나 배우자에게 묶여 있습니다. 대럴은 타일러의 아버지입니다. 그는 아들의 야구팀을 지도했고, 아들 친구들과 함께 플로리다로 봄방학 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타일러가 대학에 가면 대럴의 정체성은 어떻게 변할까요? 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쉽지 않고 때로는 삶을 흔들어 놓습니다. 이러한 질문은 오늘을 살아가는 방식뿐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는 방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하나님께서는 말라기 선지자를 통해 “나 여호와는 변하지 아니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주님과 그분의 말씀을 제외하면 모든 것은 변합니다. 교회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벨린다와 대럴의 경우처럼, 북미의 교회들도 지금 정체성이 변화하는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한때 사회의 중심에 있던 교회는 점점 중심에서 밀려나 간신히 자리를 지키는 처지가 되었고, 이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민족적·문화적으로 비교적 단일했던 교단들이 이제는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이민 1세대와 2세대가 리더십과 영향력을 갖게 되면서 다양성을 조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소셜미디어로 인해 심화된 분열은 정치 영역을 넘어 일상의 관계와 식사 시간 대화로 스며들었고, 교회 안에서도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지난 30년 동안 북미 교회의 정체성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CRC 교단도 예외는 아닙니다.
문화에 대한 관점
그렇다면 CRC의 정체성은 무엇입니까? 개혁교회, 특히 CRC의 정체성을 규정해 온 핵심 신앙고백 가운데 하나는 하나님께서 온 창조 세계를 주권적으로 다스리신다는 믿음입니다(벨직 신앙고백서 13조). 이 고백은 구원에 대한 개혁주의적 이해의 토대가 됩니다. 또한, 이 고백은 일반은총에 대한 이해로도 이어집니다. 일반은총은 하나님께서 모든 인류에게 베푸시는 은혜로, 죄를 억제하고 사회와 문화 속에서 삶을 유지시키는 은혜입니다.
이러한 가르침은 우리의 정체성 속에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비전’을 자리 잡게 합니다. 다시 말해, 삶의 모든 영역과 활동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하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그 결과 우리는 학교, 대학, 신학교, 선교 기관, 요양 시설, 노동조합, 정신건강 병원, 입양 기관 등 다양한 사회적 기관들을 세우며 오랜 시간 사회 참여의 전통을 이어왔습니다. 이러한 CRC의 정체성은 교회 밖의 삶에 대해 다소 유보적이거나 복합적인 태도를 지녔던 다른 기독교 전통의 신자들을 CRC로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세속주의가 확산되고 교회가 사회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면서, 우리의 정체성은 점점 더 큰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삶과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해야 한다는 부르심은 여전히 분명하지만, 동시에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우리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함께 인식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현대 문화 속에서 그리스도를 신실하게 전하는 일이 때로는 불편함과 반발, 심지어 박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점차 깨닫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우리는 ‘균형 잡힌 변혁주의자’로서, 그리스도의 승리를 신뢰함과 동시에 그분의 재림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변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선교에 대한 관점
CRC 정체성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우리가 언약 공동체라는 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람과 언약을 맺으시고 그를 통해 모든 민족이 복을 받게 하셨습니다(창12). 또한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으시고 열방 가운데 빛이 되게 하셨습니다(사 49). 하나님께서는 우리와 우리의 자녀들과도 언약을 맺으시고, 우리를 ‘어두움에서 불러내신 분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는’ 왕 같은 제사장으로 부르셨습니다(벧전 2).
성경에서 언약은 본래 선교를 지향하지만, CRC는 때로 외부와 거리를 두는 경향을 보여 왔습니다. 교단의 연례 설문조사에서도 자비 실천, 정의 추구, 복음 전파와 같은 지역 선교 활동에 개인적으로 충분히 참여하지 않고, 교회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장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성령의 능력으로 새롭게 일어나는 선교의 흐름이 우리를 다시 일으키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지역사회와 고령화된 교회의 현실 속에서, 하나님께서는 복음과 성장이 함께 간다는 사실을 새롭게 일깨워 주고 계십니다. 이에 따라 제자훈련과 전도, 교회 개척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복음은 단지 말에 그치지 않고, 감사에서 흘러나오는 선한 행위로 드러납니다.
이 선교 흐름의 중심에는 기도가 있습니다. 성장은 하나님께서 이루시는 일이기에, 우리는 새롭게 하심을 위해 기도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말과 삶으로 복음을 전하는 ‘기도의 사람들’로 빚어져 가고 있습니다.
공동체에 대한 관점
CRC 정체성의 또 다른 핵심은 우리가 주 안에서 하나라는 고백입니다. 우리는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사도적인 교회에 속해 있음을 고백합니다(니케아 신경). 또한 ‘개혁주의 3대 신조(벨직 신앙고백,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돌트 신경)’를 통해 전 세계 개혁·장로교회와의 연합을 확인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깨어진 공동체입니다.
CRC의 현대어 신앙고백 『우리의 세상은 하나님의 것이다』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우리는 동일한 성령, 신앙, 그리고 소망을 공유하면서 모든 시대, 장소, 인종과 언어에 걸쳐서 하나인 교회가 망가진 세상에서 조각난 공동체가 된 것을 애통해 한다”(40조). 결혼과 성에 대한 전통적 입장을 지키는 일은 우리의 신앙을 증거하는 데 중요한 일이었지만, 그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드러난 불안과 분노가 지난 몇 년간 교회의 분열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애통합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는 오늘 CRC 교회들을 새롭게 엮어 가고 계십니다. 과거에는 네덜란드계 이민자들의 공통된 문화적 경험이 우리의 정체성과 연합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오늘날에는 교회의 약 25%가 비백인 중심 공동체이고, 더 많은 교회가 다민족 공동체로 바뀌고 있습니다.
새롭게 유입된 구성원과 다음 세대는 서로 다른 관점과 방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때로 갈등과 오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시스템에 대한 신뢰 부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신뢰는 선택입니다. 은혜로 주어지며, 감사로 받아들여집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신뢰를 내어주고, 또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개혁주의 선교와 사역에 대한 공동 비전을 중심으로 함께하고자 하는 갈망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더욱 단단한 공동체성 속에서 형성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와 말씀에 뿌리 둔, 변함없는 정체성
우리의 세상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변화와 흔들림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교회 공동체로서 우리의 정체성은 그리스도와 그분의 말씀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히브리서는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니라”(13:8)라고 말씀합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소망이 있습니다.
CRC 공동체와 개별 교회들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복음과 하나님의 교회는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사역에 동참하여 하나님의 나라의 복음을 가지고 모든 이들로 하여금 그리스도를 알고 믿도록 하는 사명으로 보냄을 받았다. 교회는 또한 회개하고 믿는 모든 이들의 죄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용서되고 새 생명을 얻는다는 확신을 모든 이에게 선포하도록 보냄을 받았다. 성령께서는 모든 성도들이 자신의 이웃과 세상의 삶에서 배고픈 자에게 음식을 주며,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며, 길잃은 자를 환대하며, 헐벗은 자를 입히며, 아픈 자를 돌보며, 갇힌 자를 풀어주면서 하나님의 사명으로 살 것을 요구하신다.” (우리의 세상은 하나님의 것이다, 41조)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벨린다는 여전히 은행원이지만, 이제는 행정과 재정의 역량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합니다. 대럴 역시 여전히 아버지이지만, 아들과 함께하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이처럼 CRC와 개혁교회의 정체성도 많은 부분에서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이며, 신앙고백에 헌신하고 선교적 사명으로 부름받은 공동체입니다.
이러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하나님께서 이 시대 속에서 우리를 어떻게 새롭게 빚어 가고 계신지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 주제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The Network에 나누어 주시기 바랍니다.
About the Author
Rev. Zachary King is the general secretary of the CRCNA. He is a member of Cascade Fellowship Christian Reformed Church in Grand Rapids, Mi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