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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는 하나님께서 리더를 다음 사역의 단계로 이끄시며 다듬어 가시는 연단의 자리입니다.

1990년대가 저물어 가던 무렵, 저는 칼빈신학교에 갓 입학한 신학생이었습니다. CRC 교회에 다니던 여성과 약혼한 뒤 저도 CRC 교단에 가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은 열정과 기대, 개혁주의 신학으로 가득 차 금세라도 넘쳐흐를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설교 인허증’을 손에 들고, 풋내기 설교자가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을 CRC 교회들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닿는 대로 열심히 설교했습니다. 생활비에 보탬이 되는 설교 기회가 그저 고마웠으니까요.

하지만 그 시절 제게는 무언가가 빠져 있었습니다. 단순히 경험의 부족만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현장에서 더 배울 필요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이론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미 엄청난 양의 신학을 소화했고, 꿈속에서도 헬라어와 히브리어 동사 형태를 바꾸고 있었을 정도니까요. 제게 부족했던 것은 리더로서 빚어지는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광야를 통과하며 인격과 내면이 다듬어지는 경험이 부족했습니다.

예전의 저는 리더십을 에스컬레이터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1층에서 올라타기만 하면, 제대로 하고 있는 한 계속 위로, 위로, 또 위로 올라가는 것이라고요. 그러나 열매 맺는 리더십을 오래 이어 가려면, 에스컬레이터가 멈추는 시간, 때로는 뒤로 미끄러지는 듯한 시간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지난 50년 동안 리더십 분야에 큰 영향을 끼친 저자 가운데 한 사람인 로버트 클린턴은 리더들이 겪는 ‘광야의 경험’을 깊이 있게 다룹니다. 성경에도 이러한 이야기가 곳곳에 등장합니다. 모세는 이집트에서 쫓겨났고, 엘리야는 호렙산으로 달아났으며, 바울은 아라비아에서 여러 해를 보냈습니다. 심지어 예수님도 성령께 이끌려 광야로 가셔서 40일 동안 시험을 받으셨습니다.

클린턴은 『The Making of a Leader』에서 이러한 광야의 경험을 ‘고립의 과정’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 경험이 질병이나 실직, 갈등, 감정적 격변과 같은 형태로 찾아오더라도, 이를 단순한 실패나 비극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광야는 하나님께서 리더를 다음 사역의 단계로 이끄시며 다듬어 가시는 연단의 자리입니다. 이 메마른 계절 속에서 성령께서 하시는 일에 순종할 때, 리더는 사람을 이끄는 데 필요한 인격과 영적 깊이 그리고 도덕적 권위를 갖추게 됩니다. 클린턴은 중요한 그리스도인 지도자들이 하나님께 놀랍게 쓰임받기 전에 어떻게 광야를 통해 준비되었는지 다양한 사례를 보여 줍니다.

“누군가 그 젊고 야심 찬 신학생에게 사람을 빚는 광야의 힘에 대해 알려 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하면 편하겠지요. 하지만 사실 저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신학교 수업 중에는 『The Making of a Leader』를 읽는 과제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젊은 리더였던 저는 그 의미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어떤 것은 배워서 아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살아 내며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니까요.

저는 결국 아주 고전적인 방식을 통해 광야가 사람을 빚는 힘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Resonate 글로벌 선교부가 된) Home Missions를 통해 아이티에서 사역한 지 몇 년이 지났을 무렵, 저는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혔습니다. 갈등에 휩싸이고, 아무런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좌절에 빠진 데다 병까지 앓으면서, 어느새 광야 한가운데 서 있었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 광야에서 하나님이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저를 변화시키셨습니다. 이후에도 여러 번 광야를 지났지만, 그 모든 시간 속에 하나님께서 함께 계셨다고 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교회의 리더를 세우는 일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오늘날 많은 사람이 목회 리더십에 따르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때로는 친구와 부모, 형제자매, 심지어 목회자들까지도 사역을 꿈꾸는 이들에게 평신도 사역이든 안수 사역이든 그 길을 택하지 말라고 만류하기도 합니다. 사역은 분명 특권이며 기쁨이지만, 그 여정에는 반드시 광야의 시간이 따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광야를 비극이 아니라 우리를 빚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광야는 그리스도인의 리더십과 삶을 끝까지 지탱해 주는, 죽음과 부활이라는 복음의 깊은 리듬에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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