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공동체 안에서 서로 연결되고 교제하는 일은 종종 함께 음식을 나누는 자리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너희 앞에 차려놓는 것을 먹으라”(눅 10:8)는 말씀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밥과 콩, 얌, 망고, 오크라 수프, 비트, 닭고기, 염소고기, 플랜테인 등으로 가득한 식탁에 둘러앉으면,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하나님의 백성들과 함께 “아멘!”을 외치게 됩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하기 전, 초대한 분이 시편 133편 묵상을 나누며 다음 구절을 읽었습니다.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머리에 있는 보배로운 기름이 수염 곧 아론의 수염에 흘러서 그의 옷깃까지 내림 같고…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령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
시편 133편은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장막에서 사역하도록 아론의 후손인 제사장들에게 부어졌던 기름 부음의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이상한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그분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로 연합하여 살아가는 모습은 그분의 따뜻하고 영원한 생명력으로 충만한 임재의 빛과 같다고 말입니다.
지난 몇 달간 배너 칼럼에서는 교단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함께 성찰해 보았습니다. 교회 헌법 39조에 따르면, 교회들이 하나의 교단으로 함께하는 네 번째이자 마지막 이유는 “전체 교단과 건강하고 지속적으로 연락하는 것을 돕는 것”입니다.
우리의 에큐메니칼 신조들과 개혁주의 신앙 고백들 역시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니케아 신경은 “하나의 거룩하고 사도적인 세계교회”를 고백하고,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하나님께서 “영생을 얻도록 선택되어 참 믿음 안에서 하나가 된 공동체를 자신을 위하여 모으시며 보호하며 보전하시는 것을 믿습니다”(문답 54)고 고백합니다. 더 넓은 교회와의 연결을 깊이 있게 이어가는 일은 축복이며, 교단이라는 틀 안에 속해 있을 때 우리는 그 사명을 보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감당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CRC교단은 세계 여러 교단과 관계를 맺는 '세계 교회와 타종교 관계 위원회'를 두고 있습니다. 이 위원회는 전 세계 53개 교단과 관계를 유지하며(crcna.org/eirc), 그중 24개 교단과는 성례와 설교, 목회자와 교인의 교류, 사역과 프로젝트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연합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또 19개 교단과는 주로 선교 및 사역 협력을 중심으로 하는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더 넓은 교회와의 연결은 지역 교회의 사역을 더욱 풍성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40명이 넘는 미국개혁교회(RCA) 목회자가 CRC 교회에서 사역하고 있으며, 20명이 넘는 CRC 목회자들도 RCA 교회에서 사역 중입니다. 매년 5-10명의 다른 연합교단 출신 목회자가 CRC 교회로 부름을 받아 사역을 시작합니다. 우리는 그들의 리더십을 통해 많은 축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CRC에는 ‘연합 교회’도 존재합니다. 이는 교회 헌법 83g-f조에 따라 두 교단에 동시에 소속된 단일 교회를 의미합니다. 현재 6개의 기존교회와 3개 개척 교회가 CRC와 RCA에 이중 소속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일부 교회가 Alliance of Reformed Churches 또는 Kingdom Network와도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CRC는 캐나다, 미국, 그리고 전 세계적인 에큐메니컬 네트워크의 일원으로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더 넓은 교회와의 건강하고 지속적인 연결"은 북미 안팎으로 풍성한 사역, 정의 구현 활동, 공동의 비전, 그리고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CRC는 선교를 통해서도 전 세계 여러 사역들과 깊이 있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2024년, 아이오와와 오리건의 CRC 교회들이 라이베리아 CRC 교회들과 맺은 관계를 바탕으로, CRC교단과 라이베리아 CRC교단 간의 협력 교회 관계가 총회에서 승인되었습니다. Resonate 선교부와 함께 사역하는 CRC 선교사들은 일본, 나이지리아, 필리핀, 도미니카공화국 등 여러 국가의 교단들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들 국제 교단의 목회자들이 북미로 와서 CRC 교회에서 사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해당 기사 참조).
49개의 CRC 노회(지역 교회들의 연합)들은 “더 넓은 교회와의 건강하고 지속적인 연결”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합니다. 지역교회 간의 이런 관계는 실제 도시, 마을, 농촌 지역에서 선교, 전도, 봉사 사역으로 나타나며, 믿지 않는 이들에게도 살아 있는 증언이 됩니다. CRC의 많은 목회자들은 지역 내 다른 교단의 목회자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으며 함께 사역하는 은혜를 누리고 있습니다.
함께 식사하든, 사역 프로젝트를 함께하든, 혹은 커피 한 잔을 나누든, CRC가 지향하는 “더 넓은 교회와의 건강하고 지속적인 연결”은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나님 안에서 우리가 그분의 생명과 사역에 신비롭게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아론의 수염과 옷깃에 기름이 흘러내리는 장면이 현대 개신교인인 저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전 세계의 신자들과 하나 되어 주님의 따뜻하고 생명력 넘치는 임재를 누리는 경험은 삶을 변화시키는 은혜입니다. 게다가 음식도 정말 맛있습니다.
About the Author
Rev. Zachary King is the general secretary of the CRCNA. He is a member of Cascade Fellowship Christian Reformed Church in Grand Rapids, Mi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