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저는 자연스레 생일을 떠올립니다. 저와 두 형제의 생일이 10월과 11월에 이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는 제게 의미 있는 나이를 맞으며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캐나다에서 네 개의 주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살아 자주 만나지 못하기에, 그 만남은 더욱 특별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11월, <배너>가 임시 편집자와 장기 편집자를 구하는 동안 제가 객원 사설을 맡게 되면서, ‘생일’이라는 주제가 한층 더 마음에 와닿습니다.
개혁주의 신앙을 따르는 우리는 매년 10월 31일, 종교개혁의 ‘생일’을 기념합니다. 이는 오류에서 돌이켜 전통을 재평가하고, 그리스도 중심의 헌신을 재확립했던 순간을 되새기는 일입니다. 곧, 오직 그리스도(Solo Christo), 오직 성경(Sola Scriptura), 오직 믿음(Sola Fide), 오직 은혜(Sola Gratia), 오직 하나님께 영광(Soli Deo Gloria)이라는 종교개혁의 다섯 핵심 원리를 기억하는 날입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이었던 2017년은 마침 제가 <배너>의 뉴스 편집자로 일을 시작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저희 목사님께서는 강단에서 생일 모자를 쓰셨고, 총회가 이 기념일을 축하하도록 권장한 것에 대해 유쾌하게 반응하시듯 파티 호루라기를 불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릴 적 제 반에는 생일이나 크리스마스를 축하하지 않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가족은 여호와의 증인이었고, 그들이 특별한 날을 기념하지 않는 이유가 “날과 달과 절기와 해를 삼가 지키는” 일을 경고한 갈라디아서 4장 10절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린 마음에 그 말이 정말 옳은지 궁금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다른 날들보다 내 생일을 더 특별하게 여기는 것이 잘못일까?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축하하고 기뻐하는 일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지 않은 걸까?
그렇지 않습니다. 이후에 알게 된 것은, 그 구절과 로마서 14장 5절 같은 말씀들이 안식일 준수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초대 교회가 첫째 날인 ‘주님의 날’을 중심으로 예배하려 했지만, 여전히 일곱째 날을 고집하던 이들을 바로잡기 위한 말씀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가나의 혼인 잔치에 함께하시고, 제자들과 금식하지 않으시며 함께 식사를 즐기셨고, 또 기쁘게 아이들을 품에 안으셨습니다. 그 모든 모습이 기쁨과 축하의 순간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는 마땅히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들을 기억하고 기념해야 합니다. 자녀의 생일을 맞아 부모에게 축하를 전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의 축복을 인정하는 일과 같습니다. 제 자녀들이 세례를 받을 당시, 한 교인이 만든 아름다운 상자를 선물 받았습니다. 그 안에는 세례 예배 중에 사용했던 초가 하나씩 담겨 있었는데, 이는 자녀가 그리스도 안에서 새 삶을 얻었음을 기념하는 상징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세례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매년 함께 그 초를 켜도록 권유받았습니다. 교회나 사역, 신앙운동 혹은 신앙고백서의 기념일을 지키는 일 또한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약속의 성취, 그리고 앞선 세대의 헌신을 함께 기억하고 감사하게 합니다.
올해는 니케아 신경 제정 1,70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배너>는 지난 2월 이를 주제로 한 특집 기사를 실었고, 2025년 총회는 니케아 신경의 “교리적 명료함을 기념하며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또한 사무총장실은 교회들이 니케아 신경을 가르칠 수 있도록 여러 자료를 제공했습니다.
칼빈대학교와 칼빈신학교는 올해로 15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배너> 역시 뜻깊은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뉴저지에서 존 Y. 드 바운(John Y. De Baun) 목사가 <배너>를 처음 발행한 지 16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역사 중 0.75%에 해당하는 짧은 시간 동안(2013년부터 뉴스 통신원으로) <배너>에 글을 써왔습니다. 진리를 밝히기 위해 세워진 이 출판물이 거의 두 세대의 수명을 넘어 지속되어 온 것은 정말 감사하고 귀한 일입니다. 생일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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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ssa Vernon is the news editor for The Ba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