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안타깝게도 이번 글이 제 마지막 편집자 칼럼이 되었습니다. 저는 총회가 배너의 사명을 변경하기로 한 결정 에 항의하는 뜻으로 사임했습니다.

비록 항의의 의미이지만, 이 글은 분노나 원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물론 실망은 컸지만, 저는 신중한 분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내와의 대화를 시작으로, 목사님을 포함한 지혜로운 다섯 분과 각각 이야기를 나누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진 끝에 총회가 끝난 며칠 후 이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번 결정은 <배너>팀, CRC 교단의 직원과 리더들, 그리고 다양한 차원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해주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훌륭한 지원과 노력을 향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사임을 결심한 데에는 세 가지 주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저는 하나님께서 더 이상 저를 CRC 교단의 편집자로 부르지 않으신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양극화된 여러 목소리들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며 평화를 추구하는 편집자로서의 자세와 리더십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2025년 총회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내려진 이번 결정은, 교단이 이제 그런 태도와 리더십을 더 이상 원하지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 사역 자세의 변화를 요구하신다고 느끼지 않았기에, 저는 이 소명을 내려놓고 다른 자리로 가라는 부르심으로 이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신뢰합니다.

둘째, 저는 이번 결정에 항의하는 뜻에서 사임합니다. 총회의 결정은 다양한 관점이 공유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였고, 저는 이러한 방향이 교단 전체의 장기적인 영적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토록 영적으로 불안정해졌을까요? 저는 하나님의 말씀과 진리가 그분의 목적을 이루는 능력(사 55:11)과 성령님의 역사를 굳게 믿습니다. 그렇기에 다른 의견들을 침묵시켜 하나님의 진리를 굳이 보호하거나 지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는 행동이야말로 하나님의 진리에 대한 확신이 아닌 불안감을 드러냅니다.

이번 결정이 편집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하지는 않더라도, 분명한 제약을 가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인 신념과 양심에 따라 항의의 뜻으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이는 오직 저만의 판단이며, 수상 경력을 가진 <배너>의 실력있는 편집팀은 자리에 남기로 한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합니다. 이들은 새로운 사명 아래에서도 변함없는 수준의 저널리즘을 이어가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자 여러분의 지지와 너그러운 이해가 꼭 필요합니다.

마지막, 그리고 결정적으로, 저는 제 아내와 딸들의 장기적인 영적 건강을 위해 사임을 결심했습니다. 지금의 조건에서 이 직무를 이어가는 것이 더 이상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편집자로 부르시기 전에, 먼저 남편이자 아버지로 부르셨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이 일이 배너 팀과 직원들에게 특히 어려운 시점에 일어났다는 점입니다. 우리 훌륭한 팀은 교단을 위해 오랫동안 헌신하며 탁월한 사역을 이어왔습니다. 지금 이들에게는 어느 때보다 여러분의 감사와 지지, 그리고 기도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지난 9년 동안 저에게 보내주신 격려와 후원을 이제 이분들에게도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또한, 저는 대의원회가 배너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 결정을 철회하길 기도합니다.

그동안 변함없이 지지해주시고 기도해주신 모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나님께서 앞으로도 CRC 교단을 하나님 나라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시길 기도합니다. 이 사명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제게 크나큰 영광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사역에 반대하셨던 분들을 포함해 모든 분들께 이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의 얼굴을 네게 비추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 할지니라 하라”(민 6:24-26). 아멘.